미국 대선은 ‘체육관 선거’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월 21일 새벽,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Joe Biden)이 차기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거세진 사퇴 요구를 드디어 수용했던 것이다. 이후 바이든은 현직 부통령인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를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
사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과거 한국의 ‘체육관 선거’와 거의 비슷한 간접선거다. 간접선거의 특성상 언론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투표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2016년 대선 국민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2.1%포인트 밀렸지만, 진짜 투표인 ‘체육관 투표’에서는 매우 큰 격차로 승리했다.
(예전에 미국 대선 제도에 대해 쓴 글을 2024년의 실정에 맞게 고친 것이다.)
향후 미국 대선 일정
미국 대선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향후 일정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 7.21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사퇴 발표하고 카말라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지지
: 사실 7.21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식으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 8.19~22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 시카고(Chicago)에서 열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식으로 결정된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조 바이든은 일반 대의원의 대부분을 확보했고,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 후보에 지명될 예정이었다.
- 9.10 2차 대선 후보 토론회 (ABC)
: 6.27 1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 이어 ABC가 주관하는 2차 대선 후보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공식 TV 토론회에 참여하려면 15% 이상의 전국 지지율이 요구된다. 사실상 민주당, 공화당 양당 후보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 9월 군소후보 토론회
: 미국의 자유평등선거 재단(Free & Equal Elections Foundation)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로, 녹색당, 자유당 등 군소정당 후보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 11.5 공식 투표일(1차 투표)
: 미국 국민들이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선출하는 날.
- 12.17 선거인단 투표(2차 투표)
: 11.5에 선출된 선거인단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
- 내년 1.6 대통령 당선자 공식 발표
: 12.17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공식 확정, 발표하는 날.
- 내년 1.20 신임 대통령 취임식
: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고별 영상만 남긴 채 퇴임하여 논란이 됐다.
미국 대선은 체육관 선거
대한민국은 1987년 10월 29일 제9차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시스템을 세웠다. 그 전까지 대한민국은 소위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들은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없었고 대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뽑았다. 그리고 이 대의원들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박정희, 전두환, 최규하가 대통령 노릇을 했다.
그런데 민주주의 최고 선진국에서는 지금도 이 ‘체육관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그 방식을 바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바로 미국 이야기다.
미국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단체를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라 부른다. 11월 5일 미국 국민들은 이 선거인단의 선거인들을 뽑는 1차 선거를 하며, 이 선거인들이 모인 선거인단에서 12월 17일에 대통령을 뽑는 2차 선거를 한다.
미국은 태생에서부터 각 주의 ‘연방’을 내세웠다. 이 ‘연방’이 미국식 체육관 선거를 정당화하는 주요 논리다.
1차 선거에서 미국 국민들은 각 주의 상하원 의원 수와 동수의 선거인을 뽑는다. 현재 미국의 선거인은 총 538명이며, 이 중 과반수(최다득표가 아님)인 270명 이상 득표를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우선 지적할 점은, 미국의 선거인 배정은 인구 비례와 맞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주마다 2명의 상원의원을 둔다. 따라서 아무리 인구가 적은 주라고 해도 최소 3명의 선거인이 배정된다. 이 때문에 인구가 적은 주는 인구 대비 많은 선거인을 갖게 된다.
인구가 58만명으로 가장 적은 와이오밍(Wyoming) 주는 3명의 선거인, 3896만 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는 54명의 선거인을 가진다. 즉, 와이오밍은 19.3만 명 당 1명, 캘리포니아는 72.1만 명 당 1명의 선거인을 갖는 셈이다.
선거인단 제도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주에서 지지율이 높은 공화당에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주에서 1표만 이겨도 되는 제도
또한 미국 대선은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각 주에서 1표라도 이긴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미국은 ‘연방’이기 때문에 각 주의 의견을 먼저 결정한 뒤 그것을 모아서 연방정부의 대통령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다.
따라서 미국 대선에서는 특정 주에서 90%의 득표율로 이기는 것보다 여러 주에서 50% 내외의 아슬아슬한 득표율로 이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다.
인구 비례에 맞지 않는 선거인 배정, 주별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는 국민투표와 실제 선거 결과가 불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득표율은 46.1%이었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의 득표율은 48.2%였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304 대 227로 트럼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음회에)
참고자료
- BBC코리아, ‘미국 대선: 복잡한 미국 대선, 알기 쉽게 풀어봤다‘, 201102자
- 김지윤의 지식Play, ‘바이든의 대통령 후보 사퇴, 새로운 후보 해리스? 미국 대선과 민주당의 미래는?‘, 240722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