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Jaguar 사고실험 미국 대선 : 카말라 해리스가 뉴욕 유세를 하지 않는 이유

[2편] 미국 대선 : 카말라 해리스가 뉴욕 유세를 하지 않는 이유

2022년 4월 5일 백악관의 이스트룸(East Room)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대선 : 카말라 해리스가 뉴욕 유세를 하지 않는 이유

카말라 해리스의 후보 승계를 둘러싼 잡음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상대가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현 미국 부통령으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 7월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한동안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바이든을 지지하던 미국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데 반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며칠 동안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간단히 살펴본다.

미국 민주당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치뤘다.

경선은 대선 본선과 마찬가지로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각 주의 민주당 당원들이 대의원(delegate)을 뽑고, 이 대의원들이 8월의 전당대회에서 정식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조 바이든은 일련의 경선에서 민주당의 일반 대의원 3949명 중 3905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일반 대의원에 슈퍼대의원(superdelegate: 전직 대통령, 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 747명을 합한 총 4696명이 투표를 한다.

일반 대의원은 사전에 지지 후보를 밝히기 때문에 3905명은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하게 된다. 반면 슈퍼대의원 747명은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사전에 바이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대의원 3905명의 행방이 묘해졌다.

이들은 ‘바이든’을 지지한 것이지 ‘해리스’를 지지한 것이 아니어서, 전당대회 당일에 슈퍼대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론 상으로는 해리스가 아닌 다른 인물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바이든의 사퇴 이후 미국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바이든의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며칠이 지나도록 해리스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도 오바마가 다른 인물을 대선후보로 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러한 혼란은 7월 26일 오전(현지시각)에 해소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직접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어 8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미국 민주당 대의원 투표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총 4567표를 얻어 98.9%의 지지율로 정식 대선 후보가 됐다.

2017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해리스는 뉴욕, 캘리포니아에서 유세활동 하지 않을 것

그런데 이렇게 대선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 후보는 정작 미국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나 뉴욕에서는 유세활동을 거의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승자독식’ 제도 때문이다.

한국 대선의 경우 양대 정당 후보들은 예외 없이 각자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영남 지역을 중시하고, 해당 지역에 자주 유세를 간다.

미국의 거대 정당에도 물론 전통적 지역 기반이 있다.

미국에서는 양대 정당의 텃밭을 해당 정당의 색깔을 따서 청색주(민주당 텃밭), 적색주(공화당 텃밭)라 부른다. 대표적인 청색주로는 캘리포니아, 뉴욕이 있고, 적색주로는 텍사스, 루이지애나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거대정당 대선후보들은 희한하게 청색주, 적색주를 피해 소위 경합주(swing states)라 불리는 지역 위주로 선거운동을 한다.

지난 편인 [1편] 미국 대통령 선거는 ‘체육관 선거’ 에서 설명한 것처럼, 각 주에서 1표라도 이긴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특정 주에서 51% 지지율로 이기나, 90% 지지율로 이기나 결과값은 똑같다. 마찬가지로 20% 지지율로 패하나, 49% 지지율로 패하나 똑같이 0표 취급된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청색주에서 해리스는 굳이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70%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할 것이다.

선거 기간은 한정돼 있는데 어차피 이기는 지역에 가서 힘을 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해리스가 아무리 적색주에서 열심히 유세활동을 해도 그 지역에서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해리스는 적색주도 갈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트럼프도 적색주, 청색주에는 유세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유세 방식이다.

직접 선거인 한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호남이 정치 기반인 민주당은 영남 지역의 표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오기 위해 대구, 부산 출신 인사를 지도부에 등용하고, 평소 총선에서도 김부겸, 김두관 등 유명 정치인들을 영남 지역에 출마시킨다.

그렇게 해서 한 명의 표라도 더 얻어오는 행위가 대선의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대선에서 미국식 간접선거 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은 광주, 대구에는 발길조차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그래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광주, 대구에 갈 시간에 충청권과 인천처럼 양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지역에 가는 것이 낫다.

아마 기초자치단체 단위까지 돌아다니며 선거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카말라 해리스 후보의 유세 상황. 북동쪽에 점이 밀집된 지역이 펜실베이니아, 남동쪽에 점이 밀집된 지역이 플로리다다.

4년 전 바이든, 트럼프는 주로 어디서 유세를 했나

그렇다면 4년 전 바이든, 트럼프의 유세활동을 통해 올해 해리스, 트럼프의 유세활동이 어떻게 이뤄질지 짐작해보자.

2020년 선거에서는 총 13개 주가 경합주로 꼽혔다. 이 중 가장 격전지로 꼽혔던 주는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플로리다(Florida),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등이었다.

실제로 4년 전 바이든과 트럼프는 경합주 위주로 선거유세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월 2일자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대선 선거운동 기간동안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에서 집중적으로 유세를 했다.

반면 청색주인 캘리포니아, 적색주인 루이지애나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바이든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미시건 등에서 집중적으로 유세활동을 전개했으며,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바로 북쪽에 있는 뉴욕 주에는 유세기간 동안 딱 한번만 방문했다.

아쉽게도 필자의 지인 중에 미국의 ‘경합주’에 사는 이는 없다. 현지의 대선 열기를 전해 듣고 싶지만, 서울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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