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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미국 대선 양자토론 이후 3가지 시나리오

미국 대선 양자토론 이후 3가지 시나리오

해리스의 우세, 트럼프는 끝났나?

9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첫 번째 1:1 TV 토론회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해리스가 7:3 정도 우세를 보인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중간중간 말을 더듬거렸고, 해리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다른 핑계만 대고 빠져나가려 했다.

양자 토론에서 트럼프가 가장 실수한 부분은 오바마케어(Obamacare) 관련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안이 없다면 오바마케어 법을 지키겠다고 발언했다.

사회자가 트럼프에게 “오바마케어의 대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있냐”라는 질문을 했는데, 여기서 트럼프는 “계획에 대한 개념”(concepts of a plan)만 있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상대방의 정책을 실컷 비판해 놓고 본인은 거기에 대한 대안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방의 정책을 자기가 지키겠다고 말 것이다.

한국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의 소위 ‘의료개혁’을 한참 비판한 뒤 ‘일단은 윤석열의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라고 발언한 셈이다.

트럼프의 발언대로라면 오바마케어에 비판적인 사람은 굳이 트럼프를 뽑을 이유가 없다.

트럼프를 뽑아도 오바마케어를 지키겠다고 하지 않나.

미국처럼 양당제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동이 없다.

내용적인 부분 이외에서도 트럼프는 해리스에 비해 확연히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특기인 ‘상대방의 약점 공격’도 성공적이지 않았다.

끽해야 해리스의 부친이자 경제학자인 도널드 해리스(Donald Harris)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한 게 전부인데, 그에 대한 근거는 딱히 없어 보인다.

사실 경제학자라면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마르크스가 싫다고 해서 마르크스에 관해 공부하지 않았다면 경제학자로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해리스 정상까지 44걸음, 트럼프는 51걸음

이번 회에서는 올해 11월 5일에 치러질 예정인 제60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해리스-트럼프 TV토론 이후인 9월 18일 시점의 판세를 살펴보도록 한다.

미국의 대선제도는 앞선 시리즈에서 설명했듯이 간접선거다.

11월 5일에는 미국 전국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elector)을 뽑는 1차 투표가 진행된다.

이 538명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미국에서는 보통 1차 투표일을 ‘대선 투표일’이라고 부른다.

미국 선거 지도 해리스 트럼프
2024년 9월 16일 시점에서 청색주, 적색주 선거인을 표시한 지도 / 270towin.com

미국의 선거 전문 웹사이트인 270towin 에 따르면, 9월 16일 기준으로 청색주(민주당 텃밭)의 선거인 수 총합은 226명, 적색주(공화당 텃밭) 선거인 수 총합은 219명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해리스는 최소 44명, 트럼프는 최소 51명의 선거인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아직 지지세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경합주(swing states)의 선거인 수는 총 93명이다. 경합주 7곳에 배정된 선거인 수 다음과 같다.

  • 펜실베이니아(PA, Pennsylvania) 19명
  • 노스캐롤라이나(NC, North Carolina) 16명
  • 조지아(GA, Georgia) 16명
  • 미시건(MI, Michigan) 15명
  • 애리조나(AZ, Arizona) 11명
  • 위스컨신(WI, Wisconsin) 10명
  • 네바다(NV, Nevada) 6명

각 경합주의 판세는 어떨까? 270towin의 대선 여론조사 모음 페이지에 따르면 9월 18일 시점 경합주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펜실베이니아 : 해리스 0.8% 우세
  • 노스캐롤라이나 : 해리스 0.5% 우세
  • 조지아 : 트럼프 1.6% 우세
  • 미시건 : 해리스 1.2% 우세
  • 애리조나 : 트럼프 0.8% 우세
  • 위스컨신 : 해리스 2.8% 우세
  • 네바다 : 해리스 0.8% 우세

현재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트럼프는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27명의 선거인만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해리스는 나머지 5곳에서 66명의 선거인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1번 시나리오 : 여론조사대로 대선 결과 확정

위 여론조사 결과대로 본선에서 투표가 이뤄진다면, 해리스는 청색주 선거인 226명에 경합주 선거인 66명을 합쳐 총 292명의 선거인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될 수 있는 선거인 수 하한선이 270명이기 때문에 그대로 해리스는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된다.

미국 대선 1편에서 살펴본 향후 대선 일정은 다음과 같다.

  • 11.5 공식 투표일(1차 투표) : 미국 국민들이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선출하는 날.
  • 12.17 선거인단 투표(2차 투표) : 11.5에 선출된 선거인단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
  • 내년 1.6 대통령 당선인 공식 발표 : 12.17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식 확정, 발표하는 날.
  • 내년 1.20 신임 대통령 취임식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거가 끝날 경우 해리스는 올 11월 5일 1차 투표 결과 집계가 끝나는 순간부터 대통령 당선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2021년 1월 20일 제59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
2021년 1월 20일 제59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 / 사진출처 flickr

2번 시나리오 : 두 후보의 격차가 박빙일 경우

4년 전 2020년 미국 대선을 기억하는가. 최종 결과 바이든은 선거인 중 306명, 트럼프는 232명을 확보했다.

결과만 보면 바이든의 압승처럼 보이지만 개표 당일 상황은 조금 달랐다.

개표 초반만 해도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앞서 나갔다.

바이든이 개표 내내 우세를 이어가긴 했으나, 한때 선거인단 기준 바이든 270명, 트럼프 268명이라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양자는 백중세였다.

당시 바이든은 총 3곳의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위스컨신)에서 1%포인트 이내의 격차로 승리했는데(배정 선거인단 총 37명), 이 세 주에서 트럼프가 이겼다면 양자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269:269으로 동률을 이뤘을 것이다.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선거인단 표 수가 매우 적을 경우 미국 대선에서만 발생하는 ‘불충한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 중요해진다.

쉽게 말하면 ‘배신하는 선거인’ 문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 대선은 1차 국민 투표, 2차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결과가 확정된다.

대부분의 경우 1차 국민 투표에서 뽑힌 선거인은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애초에 지지하기로 했던 후보에게 투표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선거인은 각 주의 민주당 또는 공화당의 당원 중에서도 당성이 높은 사람, 즉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 선거인이 애초에 지정된 대통령-부통령 조합을 찍지 않고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 발생한다.

2016년 대선에서는 총 10명의 선거인이 배신했다.

공화당에서는 2명이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투표지에 적었고, 민주당에서는 5명이 당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대신 다른 사람의 이름을 투표지에 적었다. (3명은 선거인의 배신을 막는 주법에 의해 다른 선거인으로 교체됐다.)

다만 2020년 대선에서는 ‘불충한 선거인’ 문제가 없이 국민 투표 결과 그대로 확정됐다.

미국의 총 50개 주 중 14개 주에서는 선거인이 애초 서약과 다르게 투표할 경우 해당 표를 무효표로 돌리고 다른 선거인으로 교체하는 법이 있다.

하지만 여타 주에서는 선거인의 배신행위에 대한 제재가 아예 없거나, 선거인의 배신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만, 표 자체는 유효로 계산한다.

따라서 1차 투표인 국민 투표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선거인 수 격차가 4년 전처럼 크게 벌어지지 않고 한 자릿수 이내로 결정 난다면, ‘불충한 선거인’ 문제가 화제에 오를 수 있다.

2016년처럼 배신하는 선거인이 10명이나 나오게 된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1차 투표 결과가 ‘불충한 선거인’으로 인해 뒤집힐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시나리오 / 270towin.com 에서 제작

3번 시나리오 :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가 당선하는 경우

1번 시나리오처럼 9월 18일 여론조사 결과 그대로 대선 결과가 나온다면 해리스는 292명, 트럼프는 246명의 선거인을 확보하게 된다.

270towin의 여론조사 집계현황을 보면 9월 10일 양자토론 이후 해리스는 대부분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이기고 있다.

직접선거 제도를 갖춘 한국에 사는 입장에서 해리스가 미국 대선의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특유의 ‘간접선거’ 제도는 이런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1인 1표의 ‘국민투표’ 집계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미국 대선제도의 특성상 국민투표에서 지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가 당선한 2016년 미국 대선의 경우, 국민 투표에서 트럼프는 6298만표, 클린턴은 6585만 표를 얻었다. 하지만 선거인단에서 트럼프가 304표를 얻어 227표를 얻은 클린턴을 큰 표차로 제쳤다.

과거 조지 W. 부시가 당선한 2000년 대선에서도 조지 부시는 5045만 표, 상대인 민주당 앨 고어는 5099만 표를 얻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조지 부시가 271표를 얻어 당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 사례처럼 국민 투표에서 지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하는 그림을 노릴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는 각각 19명, 16명의 선거인이 배정돼 있다.

4년 전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상대로 1.2%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올해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가 트럼프를 약간 앞서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9월 17일 자 펜실베이니아의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50% 지지율로 해리스를 2% 차이로 앞선 결과가 나왔다.

노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간발의 차이로 앞선 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시나리오 1에서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트럼프는 시나리오 1에서 확보한 246명에 37명의 선거인을 더해 총 281명의 선거인을 확보한다.

설령 트럼프가 국민 투표에서 지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가 아니라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의 여론을 살펴야 좀 더 정확한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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