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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에 젊은 남성들이 열광하는 이유

<이번에는 전회에 올린 ‘QWER, 오랜만에 부활한 한국형 걸밴드 아이돌’에 이어 QWER과 여타 걸그룹의 차이점을 알아보기로 한다. 대중음악 전문가가 아닌 한 명의 평범한 남성 리스너로서 가졌던 생각을 정리해 봤다.>

QWER에 젊은 남성들이 열광하는 이유

QWER은 ‘걸 밴드’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자처하고 있고, 다른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QWER은 걸 밴드 컨셉의 걸그룹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 QWER과 현존하는 여타 걸그룹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QWER이 ‘남성향’ 그룹이란 점이다.

아이돌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걸그룹이 남성향인게 당연한 일이지 그게 ‘차이점’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식’의 눈으로 보자면 BTS 같은 보이그룹의 팬층은 대부분 여성, QWER 같은 걸그룹의 팬층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4세대 걸그룹’부터는 걸그룹이 기본적으로 남성 취향일 거라는 기본 전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걸 크러시’가 대중화된 4세대 걸그룹

우선 ‘4세대 걸그룹’이란 표현부터 살펴보자.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걸그룹을 크게 네 세대로 나눠서 본다. 완전히 합의된 세대 구분이 있는지는 의문이나, 세대별 상징적인 그룹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져 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활동했던 1세대의 대표로는 SES와 핑클, 2000년대 말~2010년대 초에 인기가 많던 2세대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2010년대 중반에 데뷔한 3세대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등이 있다.

이런 기준법에 따르면, 2020년 전후로 데뷔한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현재 인기 최상급에 해당하는 그룹이 바로 ‘4세대 걸그룹’이다.

4세대 걸그룹의 특징으로는 ‘걸 크러시’(Girl Crush)의 대중화를 들 수 있다. 김현량의 설명에 따르면 ‘걸 크러시’는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 여성”이란 뜻이며, ‘센 언니’란 표현과도 연결된다.

물론 걸 크러시 현상이 4세대 걸그룹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이전 세대 걸그룹 중에도 디바, 베이비복스, 브라운 아이드 걸스, 2NE1 등이 전형적인 걸 크러시 컨셉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다만, 4세대 걸그룹의 경우 인기 상위권 그룹 대부분이 ‘걸 크러시’ 요소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 세대와의 차이점이다.

김현량은 스타일 측면에서 4세대 걸그룹의 특징을 6가지로 나눠서 분석했다. 분석내용 중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 여성”이라는 ‘걸 크러시’의 의미에 부합하는 특징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 저항성, 반항성, 공격성을 표현한 펑크 스타일 – (여자)아이들의 Tomboy 등
(여자)아이들 'Tomboy'
(여자)아이들 ‘Tomboy’ (사진 출처)
  • 건강한 몸을 자신있게 드러내며 자기 존중과 개성을 강조하는 애슬레저(Athleisure) 스타일 – 있지의 Icy, 르세라핌 Fearless 등
르세라핌 'Fearless'
르세라핌 ‘Fearless’ (사진 출처)
  • 전통을 부정하고 기계문명의 약동감, 속도감을 표현하는 전위적인 퓨쳐리즘(futurism) 스타일 – 에스파의 Savage 등
 에스파 'Savage'
에스파 ‘Savage’ (사진 출처)

반면, QWER의 패션을 ‘걸 크러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QWER의 첫 싱글 앨범 <Harmony from Discord> 컨셉 사진에서 멤버들은 분홍색 톤의 소녀다운 패션을 선보였고, 미니 1집 <Manito>에서는 교복과 치어리더 복장을 하였다.

무대 영상을 보면 교복이나 체육복을 자주 입는다.

일반인의 관점으로 볼 때 QWER의 패션과 스타일에서 “저항성, 반항성, 공격성”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억지로 연결해 보자면 치어리더 복장에서 “애슬레저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 복장을 했다고 해서 전부 ‘걸 크러시’는 아니다. ‘걸 크러시’와 연결되는 “애슬레저 스타일”의 핵심 키워드는 섹시함과 건강미다. 둘 다 QWER의 컨셉과는 거리가 멀다.

QWER 군부대 위문공연
QWER 군부대 위문공연 (사진 출처)

섹시 컨셉을 해야만 남성향인가

얼마 전 QWER이 국방TV의 ‘위문열차’에 자주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문열차 무대에는 주로 남성 취향의 걸그룹이나 여성 솔로 가수가 오른다. 군인들의 함성 속에서 공연하는 QWER을 보니 확실히 남성향 그룹이긴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과거 남성향 걸그룹은 섹시함이나 청순/순수함을 어필했다. 그러나 QWER은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얻은 것 같다.

일단 QWER이 섹시 컨셉 그룹이 아닌 건 확실하다. 나중에 컨셉이 바뀔 수 있다 쳐도 현재로서는 노출 의상이나 성적 매력으로 어필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물론 마젠타 과거 방송 영상을 보면 언젠간 섹시 컨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과거 섹시 컨셉의 전성기는 2세대 걸그룹 시기다. 2010년 초중반만 해도 AOA나 걸스데이 등 걸그룹의 선정성 논란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관련 기사) 걸스데이의 경우 데뷔 초엔 발랄함과 귀여움을 앞세웠지만, 섹시 컨셉을 내세운 이후 여러 건의 CF 계약에 성공하는 등 인기 상승을 누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걸 크러시’가 주류가 된 현재도 섹시 컨셉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순 없다. 현존 걸그룹에도 한두 명씩은 섹시 컨셉을 담당하는 멤버가 있다. 남성 유저 비율이 높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들 멤버가 춤추는 모습을 담은 움짤이 수많은 추천을 받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2024년 현재 활동하는 걸그룹 중 대표적인 남성향 그룹으로 꼽히는 팀으로는 프로미스나인, 시그니처 등이 있다. 필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프로미스나인, 시그니처 멤버의 움짤을 본 기억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들은 상위권 인기 팀이라 보긴 어렵다.

러블리즈의 데뷔곡 'Candy Jelly Love'
러블리즈의 데뷔곡 ‘Candy Jelly Love’ (사진 출처)

QWER은 여자친구, 러블리즈의 계승자?

섹시 컨셉과 정반대로 보이는 청순/순수 컨셉으로 남성 팬을 많이 모았던 그룹으로는 3세대 걸그룹인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이 있다. 걸크러시 컨셉 팀들이 꽉 차고 무거운 음악으로 승부했다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스타일 면에서 교복과 체육복을 주로 입었고, 걸크러시 특유의 “저항성, 반항성”이나 에스파가 주로 내세우는 “전위적인 퓨처리즘” 느낌도 없었다.

또한 노래의 주제에서도 ‘대중가요’에 맞는 사랑 노래가 주를 이뤘고, 가사에서도 시적이고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케이팝 특유의 다양한 장르 혼합, 특히 힙합 음악의 영향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굳이 따지자면 QWER은 청순/순수 계열 걸그룹의 맥을 어느 정도 잇고 있다라고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여자친구, 러블리즈는 마지막 앨범에서 대세 흐름인 ‘걸 크러시’를 어느정도 수용했다.)

그러나 QWER을 여자친구, 러블리즈의 ‘계승자’라고 볼 순 없다. 댄스그룹이 아니라 걸 밴드인 점,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모티브로 삼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20~30대 남성을 잠재적 팬층으로 설정하고 움직인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자친구도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에서 곡 제목을 따오고, 멜로디도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느낌이라는 평가가 있다.)

3년 전 트위치 방송을 하는 마젠타의 모습
2021년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는 마젠타의 모습(사진 출처)

곳곳에 숨어 있는 남성향 DNA

QWER 멤버 중 Q 쵸단과 W 마젠타는 몇 년간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인터넷 방송은 그 특성상 온라인 게임과 분리될 수 없으며, 나무위키에 따르면 쵸단, 마젠타도 게임 방송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인터넷 방송을 하지 않았던 시연, 히나는 몰라도 쵸단과 마젠타는 QWER로 데뷔하기 전부터 상당히 두터운 남성 팬층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QWER은 데뷔 때부터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20~30대 남성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QWER 컨텐츠 곳곳에서 은근히 숨어 있는 남성향 DNA를 볼 수 있다.

지난 회 글에서도 설명한 바이지만, QWER이란 이름부터 2024년 현재 e스포츠의 주류인 ‘리그 오브 레전드’(롤)란 온라인 게임에서 가져온 것이다. 또한 QWER의 팬덤명인 ‘바위게’는 롤에 등장하는 중립 몬스터를 칭한다.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방송에 익숙한 20~30대 남성이라면 아무 설명 없이 ‘QWER’, ‘바위게’란 단어만 들어도 쉽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데뷔곡인 ‘Discord’에도 김계란과 QWER의 노림수를 볼 수 있다. “‘Discord’는 ‘불협화음’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이라는 공식 설명이 의도적으로 빠뜨린 것이 있다. ‘디스코드’가 온라인 게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게이밍 메신저의 이름이란 점이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팀을 꾸려서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디스코드 활용은 필수다. 쵸단과 마젠타도 게임 방송을 하면서 동료 스트리머와 디스코드를 통해 소통했을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만 해도 롤, 오버워치, 히오스 등에 빠져 살았다. 같이 게임하는 친구들과 날이 새도록 디스코드를 통해 떠들며 놀던 추억이 있다. 게임이 취미인 20~30대 남성이라면 ‘디스코드’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4세대 걸그룹 시대에 보기 드문 인터넷 방송에 기반한 남성 취향의 걸 밴드라는 점에서 QWER은 블루 오션을 제대로 공략했다.

또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 평판지수’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QWER은 ‘가수 평판지수’ 상위권에 들어왔다고 한다. 6월 22일 발표된 최신 가수 평판지수에서는 228만 8607점으로 15위를 기록했다.

그룹의 인기도가 ‘오타쿠’ 영역을 넘어 ‘대중적’인 단계까지 올라선 것이다.

가능하면 현재 컨셉에서 큰 변화 없이 롱런하는 그룹으로 남아주길 바래본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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