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포트폴리오 전면 수정과 주목받는 CDR(탄소제거) 시장
[주린이도 쉽게 읽는 증권사 리포트]
SK증권 리서치센터, 2026년 9월 11일.
💡3줄 핵심 요약
- UNEP는 1.5℃ 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각국이 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해도 1.8℃다.
- 전략의 축이 억제에서 오버슛 관리로 옮겨가면서 CDR 밸류체인과 적응 산업의 위상이 달라졌다.
- 1.5℃를 전제로 짠 포트폴리오는 전제부터 다시 봐야 한다. 티핑 포인트가 걸리면 자산 재평가는 예고 없이 온다.
1.5℃는 이미 지나간 기준선이 되었다

기후 목표를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이제는 그 질문 자체가 바뀌었다.
2026년 9월 2일 UN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스포트라이트 보고서 「Limiting Overshoot」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국제기구가 목표 달성 실패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계 각국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0년 동안 1.5℃는 기후 정책의 기준점이자 기업의 탄소중립 계획,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설계가 전제로 삼는 숫자였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그 전제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현재의 배출 추세와 정책 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는 그다음이다.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넷제로 정책을 지금 당장 빠짐없이 시행한다고 가정해도 온도 상승폭은 1.8℃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1.5℃ 선은 지켜지지 않는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UN이 1.5℃ 목표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파리협정의 법적 목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달라진 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전략의 축이 “억제”에서 “오버슛 관리”로 이동했다
기존 UN 기후 전략의 방향성은 1.5℃ 유지에 맞춰져 있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그 방향성은 “Navigating Overshoot”, 즉 초과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전환되었다. 이것이 이번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다.
오버슛(Overshoot)은 온도가 목표선을 일시적으로 넘어섰다가 다시 내려오는 경로를 뜻한다.
보고서가 제시한 개념은 “초과, 정점, 하강(overshoot, peak and decline)”이다.
1.5℃를 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두고, 최고 온도를 얼마나 낮게 억누를 수 있는지, 그리고 1.5℃를 웃도는 기간을 얼마나 짧게 줄일 수 있는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자는 접근이다.
초과 폭이 작을수록, 초과 기간이 짧을수록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을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전환은 체념이 아니라 시간표의 압축으로 읽어야 한다. 목표를 낮춘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더 어려운 조건에서 달성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오늘의 선택이 초과 구간의 길이를 결정하므로 조치의 긴급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1.5℃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1.5℃와 1.8℃의 차이가 0.3℃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면, 온도 상승이 극단 현상의 빈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AR6)는 산업화 이전 기후를 기준으로 삼아 이를 정량화했다.
과거 기후에서 5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극단적 고온 이벤트는 지구 온도가 1.5℃ 상승한 세계에서 8.6배 더 자주 발생한다.
10년에 한 번 수준이던 극한 강수 현상은 1.5배, 건조 지역의 농업 및 생태계 가뭄은 2배 더 빈번해진다. 빈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도도 함께 커진다.
온도가 2℃, 4℃로 올라가면 이 배율은 가파르게 뛴다.
기후 리스크는 온도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도 구간마다 계단식으로 점프한다. 1.5℃와 1.8℃ 사이의 0.3℃가 산업과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선형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탄소제거 시장의 본격 개화
오버슛 관리 국면에서 온도를 다시 끌어내리려면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탄소를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순배출이 마이너스가 되어야 온도가 하강 경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탄소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요소로 격상된다.
그동안 CDR은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잔여 배출을 상쇄하는 보조 수단 정도로 취급되었다. 오버슛을 전제하면 위상이 달라진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직접공기포집(DAC), 발생원에서 탄소를 잡아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CCS·CCUS 기술의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조림과 같은 자연 기반 흡수, 포집한 탄소의 수송과 저장, 저장소 관리, 제거량의 측정과 검증에 이르는 CDR 밸류체인 전반이 산업으로 떠오르는 구조다.
다만 CDR이 감축 의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쓰여서는 곤란하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탄소제거는 배출 감축 대신이 아니라 배출 감축에 더해서 필요한 수단이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기술 자체가 감축 지연의 명분으로 소비될 수 있다.
1.5℃ 기준으로 짠 포트폴리오는 다시 봐야 한다
지난 수년간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구축해온 기후 관련 포트폴리오 상당수는 1.5℃ 시나리오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온도 경로가 전제 조건 자체였으므로, 전제가 1.8℃ 오버슛 관리 국면으로 바뀌면 그 위에 얹혀 있던 가정들도 함께 흔들린다.
다시 확인해야 할 변수는 여러 갈래다.
물리적 리스크의 강도와 발생 확률, 전환 리스크의 시점과 속도, 산업별 좌초 시점, 적응(adaptation) 관련 투자의 비중이 모두 재점검 대상이 된다.
특히 1.5℃ 정합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상품들은 기준 자체가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라벨과 실질의 괴리를 안게 된다.
동시에 새로운 수요도 생긴다. 폭염, 극한 강수, 가뭄의 빈도가 구조적으로 높아진다면 냉방, 물 관리, 농업 기술, 재해 대응 인프라, 보험의 위험 인수 방식까지 수요 곡선이 이동한다.
완화(mitigation)에 쏠려 있던 시선을 적응 영역으로 넓혀야 하는 국면이다.
티핑 포인트와 좌초자산
오버슛 논의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변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기후 시스템에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스스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임계점이 존재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사바나화,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MOC)의 약화 또는 붕괴, 영구동토층 해빙, 빙상 붕괴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임계점이 선형적으로 예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초과 폭이 커지고 초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계점을 건드릴 확률이 올라가고, 한 번 넘어서면 나중에 온도를 되돌려도 원래 상태로 복구되지 않는다.
기후 리스크가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자산의 재평가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 있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석연료 기반 설비, 탄소 집약적 생산 자산, 기후 취약 지역의 부동산과 인프라는 회계상 수명이 남아 있어도 규제와 시장 변화로 경제적 가치를 잃을 수 있다.
티핑 포인트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국면에서는 이 재평가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단위로 번질 위험이 있다.
정리하면
이번 보고서는 나쁜 소식을 전하면서도 결론은 체념이 아니다.
초과는 확정되었지만 그 폭과 길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지금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다.
완화와 적응을 동시에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 반복해서 강조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읽어야 할 대목은 기준선의 이동이다.
1.5℃라는 공통 전제가 1.8℃ 오버슛 관리로 바뀌었다면, 그 전제 위에서 계산된 시나리오와 밸류에이션, 리스크 프리미엄도 함께 조정되어야 한다.
탄소제거 밸류체인의 성장, 적응 산업의 수요 확대, 좌초자산 재평가는 모두 같은 전제 변화에서 파생되는 결과다.
숫자 하나가 바뀐 것이 아니라, 숫자를 계산하던 판이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용어 정리
| 용어 | 영문 명칭 / 약어 | 정의 및 핵심 내용 |
| 오버슛 | Overshoot | 지구 온도가 목표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초과했다가 이후 다시 내려오는 경로 |
| 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해 제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
| 넷제로 | Net Zero |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쇄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상태 |
| CDR | Carbon Dioxide Removal |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흡수하는 기술 및 방법의 총칭 |
| DAC | Direct Air Capture |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
| CCS | Carbon Capture and Storage | 배출원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영구 격리하여 지중에 저장하는 기술 |
| CCUS |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지중 저장(Storage)뿐만 아니라 산업적 활용(Utilization)까지 포함하는 개념 |
| 티핑 포인트 | Tipping Point | 기후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로 진입하는 지점 |
| AMOC |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 대서양의 열을 남북으로 운반하는 심층 해류 순환 체계로, 약화 시 북반구 기후에 광범위한 이상 기후를 유발함 |
| 좌초자산 | Stranded Asset | 탄소 규제 강화나 시장·기술 환경 변화로 인해 예상 내용연수보다 일찍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는 자산 |
| IPCC AR6 |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기후 과학, 영향 및 적응, 감축 방안을 종합 평가해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