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2024년 12월을 생각한다. 원-달러 환율은 10여년 만에 최고치인 1471원을 돌파했다. 바꿔 말하면 해외에서 물건을 사올 때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수입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됐고, 일반 시민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를 어쩔 수 없이 줄이게 됐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자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한국은 오랫동안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었으나, 올해 1월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19.7%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치로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0만 수준이었으나, 두 달 사이에 20만 명이 폐업해 올해 1월에는 55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만 명이란 수치가 얼마나 큰지 한번에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서울시 용산구의 전체 인구가 약 20만 명이고, 수도권에서 보면 양주시, 이천시, 오산시의 전체 인구가 약 20만 명 수준이다. 인구가 약 20만 명 수준인 지방도시로는 강원 강릉시, 전남 목포시, 충북 충주시 등이 있다.
정치적 불안은 자본 탈출을 심화시켰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을 총 3조 649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상장 채권은 2조 3810억원을 순회수했다. 즉, 한 달 사이에 총 6조 300억 원 규모의 자본 유출이 일어난 셈이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액수는 총 673조 7470억 규모로, 비중으로는 27.0%에 해당한다. 다만 이 액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50조원 가량 줄어든 액수다. 윤석열의 내란과 암울한 한국경제가 반드시 연결되어 있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12.3 계엄내란 사태 이후 국민과 기업 모두가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외국인 자본은 지속적으로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때로는 논리적, 합리적인 추론의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욱하는 감정에 휩싸여 비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는 생존의 욕구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발전했다고는 하나, 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유전자는 수만 년 전 인간과 다르지 않다. 선사 시대의 인간은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전세계로 퍼졌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명을 건설하고 점점 정밀한 사회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2025년을 사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엔 배고픔을 탈출하기 위해, 어느 정도 배고픔에서 벗어 났다면 좀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2/3 혹은 그 이상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을 원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역시 이러한 생존 욕구에서 시작한 물질적인 이유에서 비롯한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순 없지만, 그 중 윤석열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한 것이 탄핵 찬성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았거나, 또는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는 방향으로 나라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미래에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다.
폐업한 자영업자,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노동자, 주식 시장 폭락으로 돈을 잃은 평범한 시민, 내란성 불면증으로 건강이 악화된 일반인 등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주요 세력이다.
물론 윤석열의 대통령직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적게 잡아도 3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들 중에도 12.3 내란으로 인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탄핵 반대세력의 주 논리는 반공, 반중, 반북주의 및 부정선거 음모론 등에 기반한다.
물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중국을 싫어할 수도 있고 북한을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람의 생존, 물질적 욕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물질적인 이유로 12.3 내란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인위적으로 탄핵반대 여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를 썼다. 신남성연대는 수만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조직하여 대놓고 여러 언론기사 댓글 창의 여론을 ‘탄핵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조작했다.
방금 확인해보니, 오늘까지도 이 짓을 계속하고 있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조직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조직통합본부는 12.3 계엄내란 이후에도 활동을 계속하며, 스카이데일리 등 윤석열 탄핵에 반대해 온 극우 ‘언론사’의 기사를 퍼나르거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여러 대화방에 유포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갔다.
이들의 행동은 어느정도 성과도 거뒀다. 비록 극우, 보수 쪽에서 의뢰한 결과이긴 하나,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한때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40%를 넘기도 했던 것이다.
내란수괴의 대통령직 파면을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함은 이념적 이유로 ‘윤석열 수호’에 나서는 이들의 간절함의 차원이 다르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조속히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이들은 유물론적인 인간, 물질주의적인 인간이다. 이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상식적인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상식이니 정의니 하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기준점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자제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신호가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가운데 계엄 내란은 한국을 벼랑 끝 극심한 위기로 몰고 갔다. 이미 몇몇 개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자기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주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을 목격한 사람도 많다.
아무리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이유, 음모론에 기반한 이유로 윤석열을 수호하고자 하는 음모론 세력은 물질주의적 인간의 간절함을 이길 순 없다. 음모론 세력은 가짜뉴스, 댓글공작, 찌라시 유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짜 여론’을 일으키려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그마저도 실패한 모양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반드시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