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보고서 읽기
7월 2주차 실적시즌 특수 스크리닝 (2026년 7월 10일), 작성: 신현용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Quant Weekly Evaluation Report
막을 올린 실적 시즌
7월이다. 2분기 실적시즌이 막을 올렸다.
기업들이 하나둘 성적표를 꺼내 드는 이 시기엔 주가가 유난히 크게 출렁인다.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은 하루 만에 뛰어오르고, 기대에 못 미친 기업은 곤두박질친다.
이런 실적시즌엔 어떤 종목을 눈여겨봐야 할까.
감이나 소문이 아니라 숫자와 데이터로 답을 찾아보자.
이 글은 그 방법, 이른바 퀀트(quant, 계량 분석) 방식으로 시장을 훑은 결과를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것이다.
지금 시장은 왜 이렇게 출렁이나
먼저 큰 그림부터 보자. 요즘 한국 증시는 강세를 이어가면서도 변동성(주가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폭)이 부쩍 커졌다.
배경엔 시장의 두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다.
ETF는 여러 종목을 묶어 하나의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인데, 단일종목 ETF는 딱 한 종목만 따라간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붙으면 그 종목의 하루 등락을 두 배 안팎으로 키워서 움직인다.
삼성전자가 1% 오르면 2% 오르는 식이다. 이런 상품이 상장되면서, 대형주가 흔들릴 때 시장 전체가 더 크게 출렁이게 됐다.
그럼에도 실적시즌만의 특수(特需), 즉 실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한 종목이 유독 강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은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결국 변동성을 견뎌낼 만큼 튼튼한 펀더멘털(실적·재무 같은 기업의 본질적 체력)을 갖춘 종목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며 주가를 지탱할 가능성이 크다.
어닝 서프라이즈란 기업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적시즌의 주인공은 언제나 이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이다.
어닝 서프라이즈, 이렇게 골라낸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낼 가능성이 높을까.
핵심은 ‘애널리스트들의 눈높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에 있다.
한 기업의 실적을 두고 여러 애널리스트가 저마다 예상치를 내놓는다.
이 예상치들의 평균을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예상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가장 낙관적인 사람의 최고 추정치와 가장 보수적인 사람의 최저 추정치 사이엔 간격이 생기는데, 이 간격을 괴리율이라고 한다.
이번 스크리닝(정해둔 조건에 맞는 종목만 걸러내는 작업)에서 세운 원칙은 이렇다.

첫째, 가장 보수적이던 최저 추정치가 위로 올라오고 있을수록 좋다.
둘째, 낙관과 보수 사이의 간격, 즉 괴리율이 좁을수록 좋다.
셋째, 그 괴리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을수록 좋다.
한마디로, 실적을 깐깐하게 보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눈높이를 올리며 낙관론 쪽으로 모여드는 종목이다.
보수적인 전망치가 낙관적인 전망치를 향해 수렴할수록, 실제 실적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눈높이가 착하게 오르는’ 종목을 찾는 셈이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온다.
GS는 한 달 사이 괴리율이 90.7%에서 5.6%로 급격히 좁혀졌고, 삼성증권은 52.5%에서 7.4%로, 금호석유화학은 43.8%에서 4.1%로 줄었다.
서로 엇갈리던 전망이 한 방향으로 빠르게 모이고 있다는 신호다.
이 원칙으로 걸러낸 종목은 업종별로 다음과 같다.
- 반도체·IT부품 —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 심텍, 피에스케이, 티에스이
- 에너지·화학 — SK, S-Oil, GS, 금호석유화학
- 증권·보험 — 삼성증권, DB손해보험, 현대해상
- 소비·유통·헬스케어 — 신세계, 롯데쇼핑, 파마리서치
- 운송·기타 — HMM, 팬오션, 한전KPS, NC,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특정 업종에 쏠리지 않고 반도체부터 금융, 소비, 운송까지 고르게 퍼져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돈은 어디로 흘렀나

종목의 실적 체력을 봤다면, 이번엔 실제로 돈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볼 차례다.
이걸 수급이라고 한다.
시장의 큰손은 크게 외국인, 기관(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개인 셋으로 나뉜다.
이들이 특정 종목이나 업종을 얼마나 사고팔았는지가 수급이다.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이 순매수인데, 플러스면 순매수, 마이너스면 순매도다.
이번 주 큰손들은 대체로 파는 쪽이었다. 외국인은 약 3.8조 원, 기관은 약 7,348억 원을 순매도했다.
흥미로운 건 방향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서로 다른 업종을 사고팔았지만, 딱 하나 반도체·장비만큼은 두 세력 모두 가장 강하게 팔아치웠다.
기관이 약 1.1조 원, 외국인이 약 4.4조 원을 반도체에서 뺐다.
앞서 실적 관점 스크리닝에선 SK하이닉스가 맨 윗줄에 올랐는데, 정작 수급에선 반도체가 가장 많이 팔린 업종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실적이 좋아질 종목’과 ‘지금 돈이 몰리는 종목’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두 관점을 함께 봐야 시장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돈이 빠진 곳이 있으면 들어온 곳도 있다.
기관은 은행, 자동차, 정유, 미디어, 제약·바이오를 사들였고, 외국인은 전자·부품, 2차전지, 지주회사, 건설, 유통으로 손을 옮겼다.
실적 눈높이는 어떻게 바뀌나
시장 전체의 실적 기대치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올해(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주 사이 1.3% 위로 조정됐다. 다만 반도체를 빼면 상향폭은 0.4%에 그친다. 결국 지수의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힘은 여전히 반도체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 반도체의 대장 삼성전자는 지난 7월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았다.
매출 171.0조 원, 영업이익 89.4조 원. 시장 예상치의 105.1%를 달성한,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다.
다만 직전 분기의 서프라이즈 강도(156.0%)와 비교하면 그 폭이 줄었다.
여전히 잘했지만, ‘예상보다 얼마나 더 잘했나’의 크기는 작아진 셈이다.
그만큼 이익 전망치를 여기서 더 끌어올릴 여지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시장은 지금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

마지막으로 시장의 취향을 보자.
주식엔 저마다 성격, 이른바 스타일(팩터)이 있다.
값이 싼 가치주, 빠르게 크는 성장주, 배당을 두둑이 주는 배당주, 흐름을 타고 오르는 모멘텀주, 재무가 튼튼한 퀄리티주 등이다.
어떤 스타일이 잘나가는지를 보면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쏠리는지 알 수 있다.
기준은 초과수익률, 즉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피보다 얼마나 더(또는 덜) 벌었느냐다.
이번 주 성적표는 뚜렷했다.
가치주가 코스피 대비 8.6%포인트, 배당주가 8.2%포인트, 그동안 많이 빠졌던 낙폭과대주가 7.8%포인트 앞섰다.
반면 성장주는 2.0%포인트 뒤처졌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은 값싸고, 배당 잘 주고,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화려한 성장 스토리보다 눈에 보이는 가치를 챙기려는 분위기다.
무게중심이 성장에서 가치로 옮겨가는 국면으로 읽을 수 있다.
정리하며
이번 주 시장을 세 문장으로 요약하자.
실적시즌엔 애널리스트 눈높이가 착하게 오르는 종목, 즉 어닝 서프라이즈 확률이 높은 종목을 눈여겨보자.
수급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반도체를 덜어냈다는 점을 기억하자.
시장의 취향은 성장에서 가치·배당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스크리닝은 확률을 조금 높여주는 도구일 뿐, 정답표가 아니다.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은 시장을 읽는 하나의 지도일 뿐, 최종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언제나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퀀트(Quant) — 감이나 직관 대신 숫자·데이터·통계로 종목과 시장을 분석하는 방식.
- ETF — 여러 종목을 묶어 하나의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 단일종목 ETF는 한 종목만, 레버리지 ETF는 등락폭을 배로 키워 따라간다.
- 변동성 — 주가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정도.
- 펀더멘털 — 실적·재무 등 기업의 본질적인 체력.
- 어닝 서프라이즈 — 기업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내는 것.
- 컨센서스 — 여러 애널리스트 예상치의 평균, 곧 시장의 평균 전망치.
- 괴리율 —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와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 사이의 간격.
- 스크리닝 — 정해둔 조건에 맞는 종목만 걸러내는 작업.
- 수급 — 외국인·기관·개인 등 투자 주체가 사고파는 흐름.
- 순매수·순매도 —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 플러스면 순매수, 마이너스면 순매도.
- 초과수익률 — 코스피 같은 기준지수보다 더(또는 덜) 낸 수익률.
- 스타일(팩터) — 가치·성장·배당·모멘텀·퀄리티처럼 종목이 지닌 성격.
- 낙폭과대 — 최근 주가가 유난히 많이 떨어진 상태.
